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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배경, 전개 방식, 시사점

by 행복한 열정맨 2025. 4. 28.

영화 1987의 한 장면
영화 1987의 한 장면

장준환 감독의 영화 <1987>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인 6월 민주항쟁의 서막을 알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그 이후 벌어진 진실 은폐, 언론의 고발, 그리고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여러 인물의 시선을 교차시켜 완성한 이 영화는, 민주주의가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님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시대정신과 시민의 용기를 정면으로 조명합니다.

영화 '1987' - 영화의 배경 

1987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해입니다. 당시 대학생이던 박종철이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고문에 의해 사망한 사건은, 그 시대를 관통하던 독재 권력의 민낯을 국민 앞에 드러냈고, 이로 인해 분노한 시민들이 들불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장준환 감독의 영화 <1987>은 바로 이 역사적 전환점을 배경으로, 그 해 1월부터 6월까지의 주요 사건과 인물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쟁취되었는지를 밀도 높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1987>은 단일 주인공 없이 여러 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교차 서사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경찰 고위층, 진실을 파헤치려는 기자와 검사, 운동권 학생들, 무심하던 시민이 변해가는 과정 등,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이들의 시선은 그 시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창이 됩니다. 특히 하정우, 김윤석,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등 주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각 인물의 내면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놓으며, 관객의 감정을 건드리는 데 성공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과거 회고록이 아닙니다. 오히려 관객에게 직접 묻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과연 어떻게 지켜진 것인가?”, “그 자유를 위해 누군가는 무엇을 희생했는가?”라는 질문은 현재의 관객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교량 위에 서도록 이끕니다.

영화의 전개 방식

<1987>은 격정적이거나 영웅적인 이야기 구조를 일부러 피합니다. 대신, 그 시대를 살아가던 평범한 이들이 어떻게 역사적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합니다. 윤기자(이희준 분)는 진실 보도를 위해 상사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밀어붙이며, 최검사(하정우 분)는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박종철의 부검을 밀어붙입니다. 이들의 행동은 영화의 결정적인 변곡점을 만들며, 실제 현실에서 많은 이들이 작지만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흐름을 바꾸어냈음을 상기시킵니다. 특히 김태리가 연기한 대학생 ‘연희’는 개인적인 관심사 외에는 사회 문제에 무관심하던 평범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삼촌(유해진 분)이 감시받는 운동권으로 밝혀지고, 현실의 부조리를 직접 목격하면서 점점 각성해 갑니다. 그녀의 변화는 1987년 당시 수많은 시민이 겪었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는 이처럼 거창한 영웅이 아닌 ‘지극히 보통의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지를 섬세하게 조명합니다. 또한 영화는 사건의 전개를 다큐멘터리적 구성처럼 짜임새 있게 배치하여, 단순히 극적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역사적 사실과 관객의 감정을 조화롭게 이끕니다. 실제 뉴스 영상, 신문 헤드라인, 거리의 모습 등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냄으로써 관객이 그 시대의 체온과 호흡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특히 ‘박종철이 물고문 중 숨졌다’는 유명한 대사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진실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시사점

영화 <1987>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것은 관객의 현재를 흔들고, 미래를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살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영웅을 칭송하지 않고, 단지 자신의 자리를 지킨 이들의 ‘책임 있는 행동’을 통해 역사가 움직였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당시 사람들만의 몫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모두가 지고 있는 몫임을 상기시킵니다. 6월 항쟁의 물결 속에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졌고, 그 이후로도 민주주의는 단단하게 뿌리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민주주의가 한 번 쟁취된 후 끝나는 것이 아님을 말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경계하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권력은 언제든 진실을 숨기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으며, 국민은 끊임없이 ‘묻고 확인’해야 합니다. 장준환 감독의 <1987>은 그 자체로도 영화적 성취를 이루었지만, 한국 사회가 가져야 할 태도와 철학, 그리고 기억의 방향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지금 우리가 자유롭게 말하고, 쓰고, 생각할 수 있다는 이 일상이 얼마나 값진 대가 위에 서 있는지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이자, 우리가 이 작품을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