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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와의 전쟁'> 주요 내용, 스토리 전개방식, 시사점

by 행복한 열정맨 2025. 4. 27.

2012년 개봉한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대한민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생생히 담아낸 작품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의 시대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습니다. 이 영화는 조직폭력배, 검찰, 권력층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망을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부패와 권력형 범죄의 실체를 드러내며, 관객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본문에서는 캐릭터 분석, 시대적 맥락, 연출 기법을 중심으로 이 영화의 의미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 주요 내용

‘범죄와의 전쟁’은 단순한 갱스터 무비로 분류되기엔 그 메시지와 무게감이 상당히 다른 차원에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는, 전두환 정권 말기의 혼란과 노태우 정부 출범기의 부패한 권력 구조를 배경으로, 당시 사회에 만연했던 ‘관계’, ‘빽’, ‘줄서기’의 문화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주인공 최익현(최민식 분)은 부산 세관의 말단 공무원 출신으로, 우연히 밀수품을 둘러싼 거래에서 조직폭력배 최형배(하정우 분)와 인연을 맺으며, 점점 그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최익현은 뚜렷한 이념도, 야망도 없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자식 먹여 살리고 출세하고 싶다’는 아주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욕망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가 조직폭력배들과 손을 잡고, 권력자들과 술자리를 나누며 점차 ‘조직과 권력의 연결 고리’로 진화해가는 과정은 단순히 한 남자의 범죄 전락을 그린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대 한국 사회의 권력구조가 어떻게 일반 시민의 손을 통해 조직화되고, 제도권으로 진입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은유로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 속의 대사 “나, 국가에 충성한 사람이야”는 실소를 자아내는 동시에, 아이러니한 시대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최익현은 본인의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에 충성했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충성은 특정 인물과 권력층에 대한 사적 충성에 불과합니다. 이 장면은 우리 사회에서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사익 추구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고발하는 강렬한 비판으로 작용합니다.

스토리 전개방식

<범죄와의 전쟁>이 강한 몰입감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실존 인물들을 모델로 한 현실성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시대적 배경을 정교하게 구현하여, 1980~90년대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스크린 위에 재현해냅니다. 담배연기 자욱한 사무실, 당시 유행했던 양복 스타일, 유흥가의 분위기, 부정부패가 만연한 검사와 경찰 간의 거래 등은 모두 실제 현실을 반영한 장치들이며, 관객에게 일종의 역사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듭니다. 최민식과 하정우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백미입니다. 최익현은 비굴하고 능청스럽지만, 동시에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적 생존에 대한 본능을 가진 인물입니다. 반면 최형배는 냉철하고 계산적이며, 조직 안에서 확고한 위계를 형성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 둘의 관계는 단순한 ‘상하’가 아닌, 필요에 의한 동맹과 이용의 연속이며, 결국에는 서로를 소모시키는 구조로 귀결됩니다. 또한 영화는 당시 정부가 추진했던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슬로건의 이중성을 꼬집습니다. 범죄를 척결하겠다며 펼친 정책은 실상 정치적 필요에 따라 특정 세력만 타깃으로 삼는 도구로 전락했고, 그 과정에서 진짜 권력형 범죄자들은 오히려 살아남는 구조가 반복되었습니다. 이는 영화 후반부 최익현이 갑작스럽게 ‘폐기물’처럼 버려지는 장면에서 잘 드러납니다. 영화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누가 진짜 범죄자인가’,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시사점

‘범죄와의 전쟁’은 단순한 흥행작이나 범죄극을 넘어, 한국 사회가 경험한 ‘권력과 사적 네트워크의 결합’이라는 어두운 유산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나쁜놈들’의 흥망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나쁜놈들이 사회의 중심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오가며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야말로,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최익현은 어느 순간부터 ‘범죄자’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브로커’로 기능하게 됩니다. 그는 사익을 추구하면서도, 마치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듯한 환상을 가지고 있으며, 그 환상은 주변 인물들에 의해 더욱 공고해집니다. 그러나 이 구조는 결국 취약한 개인을 갈아넣는 소모품의 구조이며, 사회는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대신, 필요가 끝나면 버리는 방식으로 유지됩니다. 이 영화는 201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오늘날의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으며, 우리는 무의식중에 그 시스템에 동조하고 있지는 않은가? 범죄와 권력, 정의와 사익 사이의 경계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범죄와의 전쟁’은 그러한 고민을 관객 스스로 하게 만들며,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와 미래에도 지속되는 구조적 문제로의 확장을 유도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말합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권력 그 자체가 아니라, 권력이 옳다고 믿는 그 순간부터라는 것을.